며칠 전부터 공공근로 일을 나가기 시작하였다.
원래부터 조금 문제가 있던 허리가 물류업체에 다니면서 도지는 바람에 반 년 넘게 집에서 쉬느라 얼마 되지 않던 저축을 다 까먹고, 요즘은 형수에게 빌려 주었던 돈을 20만 원씩, 30만 원씩 돌려받는 것으로 아슬아슬하게 생활을 꾸려나가다가 적은 돈이라도 다시 내 힘으로 벌 수 있게 되었으니 그 반가움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것도 나는 이왕이면 여기서 일하고 싶소....하고 일순위로 적어넣었던 문화기관에 낙점이 되었으니 말이다.
내게 주어진 일은 건물 외곽을 하루에 두 차례 돌며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나 낙엽을 청소하는 일이다.
상쾌한 바깥 바람을 쐬며 빗자루와 쓰레받기, 그리고 쓰레기를 담을 마대자루를 손에 들고 잔디밭과 금속 조각품들 사이를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일은 차라리 산책에 가깝다.
그것도 일이랍시고 허리가 아프다 싶으면 옆에서 감독하는 사람도 없으니 내가 알아서 잠깐씩 쉬어도 된다.
물류회사에서 냉장고며 에어컨 같은 것들을 나르느라 낑낑대던 때를 생각하면 이건 뭐 신선놀음이다.
좀더 다른 방식의 관계를 문화계와 맺지 못한 것이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뭐 나도 이곳에서 공공근로자에게 청소 업무 아닌 공연 기획 업무를 맡기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유치한 고백 하나 할까?
저녁에 퇴근할 때면 나는 더 가까운 길을 놔두고 꼬불꼬불한 복도를 일부러 통과하여 번쩍거리는 로비를 통해 나가곤 한다.
마치 내가 이곳에서 예술 공연을 기획하는 전문 인력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보기 위해서다.
통유리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예술적인 건물이 썩 마음에 든다.
이런 우아한 공간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다.
페자재 무더기도 없고 기름때에 절은 땅도 없고 쿵쾅거리는 소음도 없다.
지금까지 내가 거쳐 왔던 공장 지대와는 아예 환경 자체가 다른 것이다.
명색이 문화 관련 기관이라 그런지 사무실 사람들도 모두 점잖다.
한낱 막일꾼인 내게도 정중한 대접을 잊지 않는다.
설 연휴를 앞두었던 엊그제는 퇴근하려는 나를 일부러 불러세워 구정 선물이랍시고 큼직한 치약 샴푸 세트를 하나 안겨 주기도 하였다.
그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하나씩 주는 물건이겠지만, 이곳 소속도 아닌 내게까지 신경을 써 주다니....
작은 선물 하나에 감동하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무척 소박한 인간 같다.
농땡이치지 않고 열심히 일해 줄 작정이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돈값을 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6개월로 정해진 고용 기한이 끝나도 어차피 이곳은 새로운 공공근로자를 받아야 할 판이니 착실한 일꾼으로 인정받으면 재계약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금 이 일이 내 처지에 얻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일자리인 건 확실하다.
일주일에 나흘 근무이니 글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교통비까지 합하여 한달에 70만 원이 못 되는 박한 보수가 다소 우울하기는 하지만....
그런데ㅡ
그 동안 수입도 없이 집에서 쉬느라 이런저런 공과금들이 20만 원도 넘게 밀려 있는데, 얼마 전부터는 그 위에 아랫니 하나가 부스러지기 시작하여 월급이 나오면 치과부터 다녀와야 할 판이다.
이래저래 사는 일이 참 녹록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