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의 학생회 선거 치르던 기억

낙서장 | 2006-10-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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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당시 난 수원의 모 대학에서 흐느적거리고 있었더랬다. 전공과는 담쌓은지 오래고 사회에 대한 관심은 좀 있어 사회과학 스터디 동아리에 처박혀서 뮝기적뮝기적 서적을 보는둥 마는둥 그렇게 빈둥빈둥 지냈는데..... 그러면서 팔뚝질 잘하는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는 친구들과 거리가 아주 가까운 것도 아니었고 그저 얼굴이나 서로 익혀놓은 정도랄까. 그렇게 세월을 보냈었다.

그렇게 뮝기적 거리던 해의 끝에 -어느 학교나 그렇겠지만- 대학의 빅 이벤트 학생회 선거가 다가왔다. 뭐 준비들은 다들 쉬쉬 하면서 8월서부터 했었을 테지만, 하여튼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즌이 되었다. 학생회 선거의 백미인 총학생회장 후보에 등록을 한 팀은 세 팀, NL계파 둘에 PD계파+비운동권 팀이었고 예전부터 NL계파의 철옹성이라 불리던 우리 학교에서 NL계파 중 한 곳이 당선되는 건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다.

선거 기간 도중 팔뚝질 잘하는 친구들을 많이 둔 탓에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투표일에 참관인이라거나, 페인트칠 등등 여러가지 잔심부름을 꽤 많이 맡아 했는데, 그 일을 하는 도중에 참 못볼 꼴을 많이 봤었다.

원래 대학의 학생회 선거라는 게 기성정치꾼들 못지않게 난잡하고 더럽다는 건 이전의 경험이나 타학교 친구들의 말을 듣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해는 유독 더러웠다.

그 이유인 즉슨 NL계파의 한 총학생회장 후보가 공약으로 경인총련의장 출마를 내세운 게 원인이었다. NL이란 조직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어디 거기가 혼자 나 출마합네라고 말이나 할 수가 있는 곳이었던가? 누군가가 그렇게 지역연합의 출마의사를 밝혔다면 적어도 그 백그라운드는 이미 구성이 끝났다고 봐야할거다. 내가 아는 NL이란 조직은 그렇다. 실제로 일개 학교 학생회 선거에 경기남부 각학교의 동계파 브레인들이 선거참모로 투입되었다.

그러니 다른 NL계파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거다.

한쪽은 무슨일이 있어도 당선되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그걸 저지해야 하는 사명감에 불타서 필사적으로 표몰이에 나섰다. 뭐 전에도 그랬었지만 각 NL계파를 지지하는 학과 학생회장들이 '투표를 시킬테니 누가 투표 안했나 투표자 명단 좀 보자' 라는 요청을 시시때때로 해 왔고, 대자보판은 야밤중에 분 돌개바람(?)에 발자국을 남긴 채 쓰러지기 일쑤였고, 총학생회장후보와 대동시킬 단과대 학생회장 후보에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후보추천서를 위조하다 적발되기도 했었다.

교내에는 '경인총련의장 출마를 공약으로 내세운 총학생회장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경기남부총련의 명의로 된 포스터가 교내에 도배질되다시피하고 이에 질세라 다른NL계파는 동계파 단일후보였던 서울캠퍼스의 총학생회장 후보가 지지유세를 다니는 등...

완전 난리부르스였다.

날짜가 좀 지나,
'경인총련의장 출마를 공약으로 내세운 총학생회장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그가 당선이 되려면 한 가지 난관이 있었으니 바로,

대의원의회로 구성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다른 NL계파가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거관리위원장은 표면상으로만 중립이고 다른 총학생회장 후보진영의 브레인이었으니까.

아니나다를까,
선거관리위원장은 개표일에 당락이 결정된 상황에서 집계표보다 실제표가 4표 더 많다는 이유로 선거무효를 선언하고 분노해 각목을 들고 쫓아가는 '경~~~~~~~후보'진영의 운동원들 피해 잠적, 선거결과는 오리무중으로 빠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NL두 계파는 당선이냐 재선거냐 둘 중 어떻게든 자기네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고 싶은데 한쪽은 득표수가 적어 실적이 없고 한쪽은 선거무효발표로 명분이 없으니, 제3후보진영이었던 PD+비운동권에게 따로따로 유혹의 손길을 뻗치게 되는데... 아무래도 2:1이면 여론이라도 형성을 할 수 있으니...

따로따로 밀사를 보낸 그들은

한쪽은 어차피 너희들은 떨어진거니 우리 편을 잡으면 대의원의장을 보장해 주겠다.
또 다른 계파는 동아리연합회 회장과 야간총학생회장 자리를 넘겨주겠다.

면서 정말 몰염치한 행각을 벌인다.


1997년 그 때, 나는 정말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꼈더랬다.
사람을 사랑하자던 그치들에게 말이다.



선거 결과는 양쪽으로 부대낀 PD+비운동권연합팀이 어느쪽 손도 들어줄 수 없게되고 그러자 '경~~~~~~~~~~~~~~~~~후보' 진영이 대의원의장이 각목피해 잠적한 틈을 타서 '좋다 그럼 우리가 OT 등등 정비가 필요하니 총학생회 대신 준비를 하겠다' 라고 총학생회건설준비위원회던가 뭔가를 구성하더니 봄이 되자 전두환 체육관 투표마냥 과학생회장들 불러다가 총학생회 인준을 받아버린다. 그리고 경인총련의장에 출마, 당선한다.

+ 케로로 중사가 싫습니다.

낙서장 | 2006-09-16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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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복장이 어쩌니 하는 건 뭐 저는 어느정도 연관이 있다고 보지만 일단 제쳐두고,

문제는 역기 '침략'이란 것이겠지요.
케로로가 지구인들과 점점 동화되지만 저 '침략'이라는 대명제는 그대로 남아 있고
동화되는 과정 또한 과거 일제시대의 소위 문화정치와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과거 일제에도 조선의 일본화처럼 강제적인 흡수가 아니라 서로 소통이 가능한
동화가 목적이었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케로로의 침략행위는 비록 극소규모이지만 어느정도 성과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새로운 침략자인 등장인물이 오더라도 쉽게 동화될 수 있는 환경이니 말이죠.

이러한 침략행위가 희화화 되기 때문에 만화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침략이란 행위가 그렇게 희화화되어 7세이상의 아동들(과 일부 성인)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지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화하나 소재하나 가지고 너무 하는 것 아니냐' 라고 할 사람도 많겠지만
그만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술 좀 퍼먹이지 말라고

낙서장 | 2004-08-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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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남을 좋아한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수다떠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만남의 와중에 나를 매우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나라의 빌어먹을 음주문화다.
 
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마실 줄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억지로 마시고 대학 초년에 분위기에 이끌려, 혹은 강제로 들이부었지만 술맛을 들이지 못했다. 취하기도 전에 자꾸 머리부터 지끈지끈 아프기 시작하는 게 아무래도 몸에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아 이후로는 거의 입에 대질 않았다.
 
요즈음은 그래도 마시기 싫으면 마시지 않아도 좋다 라고 말을 해 주지만 그래도 분위기 싸~해지는건 어쩔수가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술을 안 마시는 건 결함으로 치부되고 잘 마시는 건 미덕이니까.  술을 못하는 이에게 권하는 건 결함을 고쳐주기 위하는 행동으로 보이고 그걸 거부하는 건 그 호의를 거부하는 거다. 여기서 본의 아니게 분위기 또 한번 가라앉히게 된다.
 
사람만나는 일을 할 때에도 술을 못 마신다는 건 깐깐하다, 신뢰받고 있지 못하다 라는 인상을 기본적으로 주고 들어간다. 차라리  술을 마시고 꼬장을 부리는 편이 점수가 더 낫다. 직장상사에게도 술을 못마신다 라고 하면 고깝게 보이게 마련이다.
 
아무튼 술을 하지 않음으로 겪는 곤란함은 상당하다.
 
며칠 전, 친우 몇 명과 1박2일로 피서를 다녀왔다. 낮동안 주차하랴 바가지 피하랴  짬나면 관광지도 좀 보면서 바쁘게 보내고, 밤에 술판이 벌어졌다.  얼근하게들 취하니 또 마찬가지로 술을 나에게 권한다. 안먹으면 친구로 생각하지 않겠다나 뭐라나... 거절하면 나에게 비난의 눈길이 쏟아진다. 어쩌나 나는 술을 못 먹는 걸... 또 분위기 못맞추는 녀석이라고 낙인이 찍힌다. 친우들이 술을 부어라 마셔라 다 마셔버리고 남은 것은, 2명의 실종과 우는 사람 한명, 민박집의 부서진 문짝, 잃어버린 자동차 키 등등이었다-다행스럽게 이번엔 패싸움은 안났다.
친구들은 상당히 씨발스럽게 또 나에게 책임전가를 한다. 술도 안먹는 놈이 뒷수습도  안하고 퍼질러 잤냐고, 날더러 어쩌라고? 나이 서른이나 쳐먹고 자기 한몸 술에 맡겨서 사고 칠건 자기네가 다 치고 딴사람더러 뒷수습 못했다고 책망이라니...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그리고 비음주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편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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