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을 닦는다는 것은 마치 동전을 주조하는 것과 같아서, 과거의 성현들은 산에서 직접 구리를 캐고 제련하며, 동전을 만들고, 신용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그러한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근래의 학자는 과거 성현의 글을 짜집기하고 배끼며, 암송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이는 이미 만든 동전을 녹여서 다시 동전을 만드는 것과 같아서, 질은 더욱 조악해지고 신용은 나날이 떨어져갈 뿐이다."
- 고염무의 『日知錄』에서 발췌.
사실 그동안 써오던 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고염무가 말한것과 같이 남의 생각과 관점, 적어도 노력을 복사할뿐, 재생산도 하지 못하고 있을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나마 이제 2차자료. 즉 논문이나 단행본, 평가서들을 넘어서서 원사료와 원사상에 근접해보자라는 작은 목표(?)를 설정했고, 그러한 일환으로 나왔던 것이 '뮬란이야기'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을 친구에게 보여주니 그 친구 왈.
"이런식의 글은 박한제 교수가 한번 쓴적이 있어."
정말로 2001년에 박한제 교수가 뮬란에 대해서 쓴 글이 있더군요.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식과 큰 틀이 놀랄정도로 흡사하기에 오히려 절망스러웠습니다. 저 스스로의 궁구라는 것도 결국 남이 밟은 길을 따라가는 거밖에 안되는가..하고요.
결국 바쁘다는 핑계가 생기면서, 뭔가를 쓰고 이야기한다는 것을 접어두었었습니다.
그리고 저 스스로의 자괴감을 상황에 기대어 피해오고 말이죠.
하지만 도피만 하기에는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의 미묘한 파동을 억누를순 없고, 그저 가끔 리플이나 달면서 늅늅거리다가도, 나도 뭔가 소통해보고 싶다라는 소망은 계속해서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이에 못나고 모자른 사람이라도 말하고, 소통하고, 까이다 보면 발전하는 바가 뭔가 있겠죠. 그런 심정이 들었는데, 문득 여기 미몹이라는 공간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혀지진 않더군요.
이에 말하고, 소통하고, 그리고 까이고도-_-; 싶어서 감히 돌아오고자 합니다. 간만에 돌아온 이곳을 흝어보니 많은 분들이 안부 및 소통의 흔적을 남겨주셨음에도 답하지 못한 실례가 남게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런 몸임에도 불구하고, 욕심은 있기에 앞으로도 여기서 계속 욕심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이에 못난 몸이라도 잘 부탁드리며, 그간 연락을 남겨주신 분들께는다시 한번 사과를 올립니다.
- 들꽃향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