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읽어야 할, 하룻밤에 읽는, 몇 가지 이야기 따위의 책 제목을 싫어한다.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 꼭 정해져 있을 법이 무어 있으며 짧은 시간 동안 어떤 분야의 책을 한 권 읽고 자족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으랴. 얄팍한 상술에서 거부감이 일어난다. 메타 북도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독서는 그 사람에게는 유의미해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메타 북에서 소개된 책을 읽고는 마치 그 책을 전부 읽은 양 착각하고 정작 원전을 읽지 않을 수도 있다.
함량이 떨어지는 책들도 많았지만 책세상의 우리시대 시리즈는 30~40대의 젊은 학자들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었던 기획이었다. 그 저자들이 후배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라 해서 대번에 마음이 끌리지는 않았다. 목차를 훑어보니 이미 읽었던 책들이 우선 눈에 들어오고, 앞으로 읽어야겠다고 염두에 두고 있는 책들도 보였다. 나의 관심사가 그들의 관심사가 겹치는데서 오는 공명이, 별로 내키지 않는 제목과 그다지 읽고 싶지 않은 종류의 조합인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을 사서 읽게 만들었다.
필자마다 글을 쓰는 스타일이 달랐다. 어떤 이는 경어를 쓰기도 했고, 어떤 이는 책의 소개보다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쓰는데 열중했다. 서평집은 매끄러운 비평이, 독서일기는 한 사람의 자전적 이야기에 치중되는 편인데 한 권의 책에서 다채로운 형태로 책에 대한 소개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특히 한 사람이 만든 메타 북은 특정 분야로 편향된 경우가 많은데, 칠십 여명의 사람이 쓴 글을 엮은 책이다 보니 다양한 도서가 선정되었다. 물론 관심 없는 책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지만, 그런 책들의 소개도 읽으며 견문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읽었던 책을 이 사람은 어떻게 읽었는지 알려 주었고, 읽고 싶은 책은 정말 읽을만하겠다는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문학 쪽의 경우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책들이 많았는데, 호기심이 생기기는 했으나 그 책들을 집어 들게 될지는 모르겠다.
학문이 계속해서 전문화되어 가는 추세이지만, 개별 학문의 최근 경향 정도는 파악해두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필진이 인문 사회과학도들이다 보니 과학 책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살짝 아쉽다. 그럼에도 각 분야의 학자들이 젊은 날에 했던 고민을 읽으며 나의 고민을 키워 볼 수 있었다. 꽤 괜찮은 메타 북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