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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중의원 선거 분석 - 중대선거구제는 독약이다.

정치 이야기 | 2009-08-31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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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일본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중 대 선거구제도는 쥐약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1. 계속해서 민주당의 압승이 예견되어 왔기 때문에 충격파가 덜하긴 하지만 자민당의 55년 체제가 종언을 내린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93년때의 연립정권 처럼 민주당도 조기에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워낙 격차가 큰데다가 민주당 내부에도 실력있는 인사들이 많아서 좀처럼 쉽게 자민당이 다시 권력을 되찾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해체를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그렇다면 자민당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무너지게 된걸까요. 대다수의 분석을 종합해 보자면 크게 4가지로 분류됩니다.

1. 아소 다로 현 총리의 연이은 실수.

2. 고이즈미식 개혁의 부작용

3. 자민당 자체의 역량 부족

4. 소선거구제도로의 변화


물론 민주당 내부의 역량 -  대표 공약, 오자와 전대표의 선거 지휘, 하토야마 이치로의 역량 등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크게 보자면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잘했다기 보다는 앞서 보셨다 시피 자민당이 워낙 못해서 진 선거입니다. 하지만 자민당이 한 두번 못한 사람들도 아니고, 전통적으로 자민당 지지세력인 농촌의 노년층들은 왠만하면 지지정당을 잘 바꾸지 않는 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단순히 자민당이 못해서 졌다. 라고 보기에는 분석이 더 필요합니다. 그 분석을 위해서는 앞의 4가지 원인 중에서 단기 변수에 속하는 1번을 제외한 2.3.4번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2. 자민당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정권을 유지해 온 것에는 많은 복합적 원인이 존재합니다. 그걸 일일이 다 거론할 수는 없고, 기존의 언론매체들에서도 충분히 다 언급했으니 저는 다른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중 대 선거구제도입니다. 일본은 현재는 소 선거구제도(비례대표도 뽑습니다.)를 채택하고 있으나 1996년 전까지는 한 선거구 내에서 여러 명의 의원을 득표순으로 뽑는 중대선거구제도를 운영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자민당 체제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자민당은 전통적으로 농촌지역에서 영향력이 막강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창당 초기부터 사회주의적 색채를 들여와 과감한 복지정책을 펼쳤던 자민당의 색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단순히 자민당을 보수 우파, 또는 극우파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 실제로도 일본의 복지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는 단순한 보수 우파의 기준으로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 이와 관련하여 일본 자민당의 장기 집권 이유를 계보,세습정치가 아닌 자민당 내부의 사회주의 색채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저는 둘 다 맞다고 보는 쪽입니다. -

사실 복지정책의 수혜자인 확고한 농촌,노인표를 기반으로 하여 중대선거구제도 하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중대선거구, 그 중에서도 중 선거구제도는 사표를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기존 정당이나 권력구조를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번 의원에 당선되면 다음 선거에서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존의 지명도와 조직을 극복하는 정치 신예는 정말 등장하기 어렵죠. 그것도 기존 정치인에게 유리한 중대선거구제도 하에서는 말입니다.


3. 그런데 이런 정치지형이 1990년대 부터 폭풍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일본에 '잃어버린 10년' 이 닥쳐온거죠. 이로 인해 자민당에 대한 실망감을 느낀 유권자들로 인해 자민당은 잠시 정권을 연립내각(일본의 8개 정당이 연합하여 구성한 내각입니다.) 에 내어주게 됩니다. 하지만 연립내각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에도 제1정당은 자민당이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도 하의 자민당의 위력은 그리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죠. 실제로도 연립내각의 분열로 인해 1년 여 만에 다시 정권은 자민당 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지만 자민당의 서서한 추락은 체제 내 개혁 없이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계속된 경제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스캔들과 그로 인한 자민당에 대한 염증도 한 결과였습니다.중대선거구제도는 이를 잠시 지연시킬 뿐 자민당의 추락을 되돌릴 수는 없었죠. 자민당 수뇌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1996년 소선거구제도로의 개혁을 단행합니다. 자민당이라는 '호박'에 개혁이라는 '줄'을 그어 '수박'을 만들려는 시도였죠. 서서히 죽어가는 자민당을 살리기 위한 수술이었습니다만, 이걸로도 자민당의 단독 정권을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공명당과 같은 소수정당과의 위태로운 연립정권이 계속되어져 갔죠.
그런 시기에 하시모토 류타로, 오부치 게이조, 모리 요시로 같은 총리들이 나타났지만 이들 역시 자민당에 대한 본질적인 수술을 하기에는 미흠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나타납니다.


4.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당대 일본의 문제와 자민당의 문제를 단순히 정리했습니다. 구태의 악습이라고요. 그리고 자신이 이를 개혁할 수 있다면서 2005년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둡니다. 그가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의 중요한 점은 '신자유주의 개혁'과 '소선거구제도'였습니다. 당시의 아이콘, 경제문제의 해결책이었던 신자유주의 개혁을 밀어붙여 경제를 회생시키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구태로 몰아붙이면서 소선거구제도를 이용 낙선시켰던 겁니다. 이른바 '미녀 자객' '고이즈미 칠드런'이 이때 등장했습니다.
소선거구제도의 위력이 일본열도에 비로소 상륙한겁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중대선거구제도와 달리 소선거구제도는 '바람'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거셉니다. 즉 기존 프리미엄이 약하고 지역기반이 없는 신인들도 '이미지'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죠. 이걸 극단적으로 보여준 선거가 2005년의 '고이즈미 극장' 이었습니다. 재미있는건 이 당시 자민당은 물론 민주당도 득표율이 올라갔다는 겁니다. 소선거구제도 하에서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심리가 거대 양당화로 고착된다는 실례입니다. 그리고 자민당과 민주당의 득표율도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자민당은 기존 농촌+노인표에 고이즈미의 바람표까지 몰아 싹슬이를 했습니다. 소선거구제도의 또하나 단점인 득표율의 의석화 오류였죠.


5. 하지만 이 고이즈미의 '개혁', 그리고 그로인한 2005년 선거는 단기적으로는 자민당에게 도움이 될 지언정 장기적으로 보면 치명상으로 가는 흐름이었습니다. 우선 자민당에 필적할만한 정당이었던 민주당의 존재감을 키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 자민당 세력이 투표를 해서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정당이 탄생한겁니다. 1993년 연립내각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게 된거죠. 이는 07년 참의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거기다가 신자유주의 개혁의 부작용으로 각종 복지정책들이 폐기되면서 자민당의 전통지지층인 농촌+노인표가 떨어져나가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심각한 국가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고이즈미와 자민당 정권은 복지정책을 축소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농촌+노인표의 이탈을 막기위해 강경한 보수파정책을 내걸었죠. 이것이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서브프라임 사태로 야기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까지 몰아닥쳤습니다. 이렇게 되자 자민당 정권에 실망을 느낀 농촌+노인표가 대안이 될 수 있는 민주당에 표를 던졌고, 거기에 젊은 층까지 가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질 때는 지지층이 투표소에 나오지 않기때문에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지지층이 투표소에 안나온게 아니라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2005년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오히려 올라간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6. 크게 본다면 자민당의 55년 장기 집권은 이미 1990년대 부터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정확히 보자면 38년 정도 되는 집권이었고. 이는 한 세대에 해당합니다. 실제로도 이정도가 한 집단의 권력 유지기간의 한계입니다. 하지만 자민당은 '꼼수'를 써서 이를 피해나갔습니다. 그것이 중대선거구에서 소선거구제도로의 변화,와 그로인한 과도기적인 정치 흐름. 그리고 이를 이용한 연립정권으로의 유지였죠. 그래도 점차적인 몰락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전반적인 체질개선은 아니었으니까요. 어느 지역이나 전반적인, 그리고 전체적인 체질 개선작업은 정말로 어렵습니다. 자민당 역시 이를 극복하지는 못했고, 결국 고이즈미라는 희대의 정치인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모든 걸 다 얻고 모든 걸 다 잃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연장한 댓가 치고는 가혹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세상의 흐름이 그러한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자민당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다가 결국은 끝장내버린 이 '소선거구제도'입니다. 다른 어느제도가 그러하듯이 소선거구제도 역시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그건 위에서 말씀드렸죠. 여기서 제가 이 소선거구제도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선거구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중대선거구제도로 바꾸자는 논의에 호의적인 시선이 많이 쏠리기 때문입니다.

7. 하지만 일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존의 정치인들이 쉽사리 도태되지 않고, 지역정당의 생존가능성이 그 어떠한 선거제도보다 높은 중대선거구제도, 특히 중선거구제도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에서는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자민당의 '38'년 정권, 그리고 이를 연장한 55년 정권도 중대선거구제도, 그리고 이를 변형시키는 과정속에서 기능했습니다. 이는 기존 정치구조를 바꾸는데 중대선거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이해시켜 줍니다. 특히 영 호남에서 기득권을 전면 장악하고 있는 우리의 제1여당, 제1야당은 중대 선거구제도가 도입된다손 치더라도 각 지역내에서 여전히 기득권을 장악하여 더 강고히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동시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도 두 정당이 사이좋게 '적대적 공존'을 유지하며 의석을 싹슬이 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기존 정당들은 이를 수수방관하게 되겠지요.

 

結: 2005년 고이즈미의 바람. 그리고 지금의 하토야마의 바람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닙니다. 정국안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몹시 매우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을 추구하겠다고 기존의 정치 비효율 구조를 그대로 인정하는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은 더 위험할 수 밖에 없습니다.

 

 

ps) 후속작이자 본격 역사 정치 대하 장편 에세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지금 작업중입니다. 이번 주내에 올라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총총

ps2) 저작권 위반이 안된다면 사진이라도 좀 넣었을 텐데 그러질 못해 딱딱한 글이 되는 거 같아 아쉽네요. 긴 글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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