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일자리와 임금을 나눌 것인가? 독식할 것인가?(2)

시론과 기고 | 2012-01-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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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16> 일자리와 임금을 나눌 것인가? 독식할 것인가?(2)


경제성장 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다

지난 2일자 리포트 "일자리와 임금, 나눌 것인가? 독식할 것인가? (1)"에서 보았듯 현재 한국의 고용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부족이다.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너무나 많다. 또 고용이 불안정하다. 그러므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면 현 정부가 주장해 온 대로 경제성장을 계속하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상적인 사회라면 그럴 것이다.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비율로 성장해왔다. 경제성장률이 2010년에 6.2%, 2011년에 3.8%이다. 그런데도 고용사정은 점점 악화되어 왔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점점 희망을 잃고 있다.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성장과 고용증가가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상황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30대 기업의 2010년 매출액은 총 630조 원가량으로 GDP의 절반을 좀 넘는 수준이다. 매출액이 3년 전인 2007년에 비해 약 56%나 늘었으니 엄청난 증가세이다. 이 기업들의 전체 영업이익은 약 8.4%로 상당히 높다.

이 숫자들을 보면 이 기업들이 최근 수출 붐을 타고 얼마나 호황을 누리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이 지난 3년간 늘린 일자리는 단 4만4809개에 불과하다.(<한겨레> 4월 4일자) 이것은 앞으로 경제성장이 얼마나 많이 이루어져도 일자리가 늘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더 나쁜 것은 앞으로는 경제성장의 가능성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호언장담하던 정부조차 내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로 낮춰 잡고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세계경제는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한 시대로 진입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마이너스 성장으로 갈 가능성이 훨씬 크다.

따라서 아무리 새로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키워봤자 이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 오면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매우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은 뻔한 이치이다.

▲ 서울 중구 서울고용센터 1층에 붙어 있는 '취업 희망 메시지들'. 취업을 바라는 젊은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합

물론 현재 복지가 주된 정치적 의제 가운데 하나이므로 노인요양이나 보육 등 사회적 서비스 일자리를 어느 정도 늘리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재정문제 때문에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또 그것은 성격상 주로 중년층 여성들에게 적합한 직종들이며 일반적으로 좋은 일자리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자리와 임금을 나누는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더 이상 늘릴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고용구조의 틀을 전체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있는 일자리와 임금이라도 더 공평하게 나누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방법이다. 좀 과격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방법밖에 없다. 우리의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돌파구가 없다.

그것은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인들은 현재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일한다. 직장에서 밤늦게까지 연장근무 하는 것을 다반사로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와 고용인원을 많이 줄인 대신 취업자에게는 더 많은 일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이 일종의 사회적인 관습이 되어버렸다.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직장인은 10명 가운데 7명이 초과 근무를 하고 있고 하루 3.1시간, 일주일에 평균 4일, 한 달에 평균 53시간을 초과 근무하고 있다. 응답자의 65.8%가 과중한 업무량을 호소하고 있고 두 명 이상의 몫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60%에 이른다.(<한겨레> 2010년 5월 4일자)

지난 11월 7일자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것을 보면 완성차 5개사의 노동자들은 주당 55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63시간까지도 일을 시킨다. 현재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고 근로기준법에서는 연장 근무를 12시간까지 허용한다. 그러나 그것도 훨씬 넘어서서 연간 2400시간이나 노동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국제적 수준에서도 지나치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 독일은 연간 1419시간, 프랑스는 1562시간, 네덜란드는 1377시간, 스웨덴은 1624시간, 미국은 1778시간, 일본은 1733시간을 일했다. OECD국가들의 평균은 연 1749시간이다.

반면 한국은 2193시간이다. 한국의 경우는 그나마 1994년의 2640시간에서 점차적으로 축소된 것이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20-50여%까지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

이는 한국에서 근로자들이 혹사당한다는 의미도 있으나 다른 의미에서 본다면 한 사람의 노동인구가 다른 사람의 노동 몫을 그만큼 더 가져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것을 OECD국가들의 평균 정도만으로 낮추어도 단순계산으로 지금보다 일자리가 25% 정도 늘어난다.

그렇게 하면 한국의 노동인구는 무려 437만 명이나 늘어날 수 있다. 이것은 실업자 330만 명과 과잉된 자영업자 수로 추산되는 약 170만 명을 합친 숫자인 500만 명을 완전히 포괄하지는 못하나 그 87%에 달하는 숫자이다. 일자리를 나누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용문제의 큰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를 나누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임금격차가 너무 크게 때문이다. 청년실업이 많은 것도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는, 적정한 임금의 안정성이 높은 괜찮은 일자리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금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또 산업별·기업별·학력별로 차이가 매우 크게 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평균은 약 두 배 격차가 난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가면 사정이 더 달라진다.

대기업의 평균 연봉은 2010년에 약 3500만 원 정도이다. 그러나 상위 100개 회사 가운데 85개 회사의 평균은 무려 6195만 원이다.(<조선일보> 7월 26일자) 일부 잘 나가는 대기업은 8, 9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에 이르기도 한다.

공기업도 상당히 높아 거의 대기업 수준이다. 한국방송공사는 평균 연봉이 8257만 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8525만 원, 산은금융지주는 무려 1억 2083만 원에 달한다. 연봉 7000만 원이 넘는 곳이 46곳이나 된다. (<조선일보> 8월 3일자)

공무원들의 보수도 결코 낮지 않다. 공무원은 평균 월 361만 원을 받으나 여기에 여러 수당들이 더 붙는다. 사립학교 교직원은 평균 월 403만 원이다.(<내일신문> 4월 22일자)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도 너무 크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6월에 조사한 전국 3만2000개 사업장 고졸자의 평균 임금은 대졸자의 57.9%에 불과하다.(<동아일보> 8월 6일자) 나이를 먹을수록 격차가 커진다. 고작 4년을 더 공부하는 것치고는 너무나 심한 불평등이다.

최저임금도 너무 낮은 수준이다. 2011년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320원으로, 월로 치면 주 40시간 근무일 때 90만 2880원, 44시간이면 97만 6320원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사람은 2010년 3월 기준으로 211만 명으로 전체의 12.7%에 달한다. (<프레시안> 2010년 6월 13일자)

그러니 최고 임금을 1억 원으로 보아 비정규직 평균과 비교하면 무려 6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에 비하면 무려 9배 정도이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임금격차가 매우 크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임금수준과 고용안정성이 높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모두 머리를 싸맨다. 이것이 바로 청년실업, 사교육과열, 공교육 파행, 스펙쌓기 과열, 가계적자 등 다른 많은 문제들의 근원이다. 따라서 이 격차를 줄이지 않고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상식이 한국사회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서울역 광장 시위 ⓒ프레시안(김봉규)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선진국의 경우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인당 GDP와 같거나 많아도 2배 이하이다. 또 유럽의 경우, 스웨덴이 대표적이지만, 대체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노동계급 자신이 임금정책을 그 방향으로 유도해 왔다.

그러므로 대기업 노동자나 중소기업 노동자나 노동의 양과 질이 비슷하다면 임금 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다. 노동계급 전체가 대체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임금을 받는다. 이것을 보면 한국의 비정상적으로 큰 임금격차가 한국인들의 보다 평등한 삶을 해치며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크게 좀 먹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고용문제의 근원

따라서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현안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어떤 정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기도 하고 또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당도 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쉽게 가능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런 임금격차가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률 차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정보통신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에 10.3%, 2008년 8.9%, 2009년 8.7%이다. 반면 2차 협력업체 20개사의 평균 이익률은 2007년 0.9%, 2008년 2.2%, 2009년 1.9%에 머물렀다.

현대차 계열사인 11개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은 1999년 7.7%에서 2009년 상반기 9.3%로 높아졌으나 비계열 1차 부품업체는 같은 기간 4.6%에서 2%로 떨어졌다.(산업연구원 자료) 이 정도면 이들 중소기업들은 거의 적자운영 수준이다.

문제는 이런 관계가 일부 기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하는 사이에 그 납품업체나 협력업체는 죽어가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이 아무리 비정규직을 줄이고 임금수준을 올리려고 마음먹어도 그런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재벌과 대기업들이 독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중소기업들을 마음대로 쥐어짤 절대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일방적인 관계 자체를 무너뜨려야 비로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래야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올릴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대기업의 이익률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대기업 노동자뿐 아니라 그에 영향을 받는 공기업 근로자나 공무원들의 연봉이 어느 정도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격렬히 반발할 것이다. 특히 조직노동은 이에 대한 모범답안을 이미 마련하고 있다. 노동계급은 자본과 싸워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 몫을 키울 생각을 해야지 이미 확보하고 있는 몫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마 싸우기만 하면 얼마라도 더 많은 임금 몫을 얻어낼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나 이는 비현실적인 판단이다.

또 한 편에서 대기업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은 대기업의 생산성이 높은 만치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느 기업이 많은 이익을 낼 때 노동이 자본과 함께 그 분배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그 문제에 시비를 걸지 말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장부만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연관 중소기업 전체의 장부를 같이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대기업이 기업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서 중소기업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이익의 많은 부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급 전체를 생각한다면 그런 이기적인 주장은 매우 곤란하다.

결국 한국의 고용문제를 풀려면 네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힘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하여 중소기업들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성장을 하게 만듦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을 올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의 지나치게 많은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비정규직의 상당 부분을 정규직화하여 고용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또 많은 실업자, 반(半)실업자들을 구제하고 현재 과도하게 팽창해 있는 영세 자영업자도 흡수해야 한다.

세 번째는 과도한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같은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임금을 받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수많은 저임 노동자들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정규직, 특히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직을 차지하기 위한 지나친 과열을 줄일 수 있다.

네 번째는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격차를 크게 줄여 대학 진학이 임금 면에서 크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대학진학률이 낮아질 뿐 아니라 사교육을 줄여 가계의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또 중등교육이나 대학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고 매우 어렵다. 한편에서는 지금까지 무제한한 이익만을 추구해온 대자본의 잘못된 생각과 관행을 바로 잡고, 다른 한 편에서는 조직노동의 잘못된 이기적 행태도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득권세력의 엄청난 반발과 저항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강력한 정부가 등장해야만 그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고용상황이 매우 어렵고 경제상황의 악화에 따라 앞으로 그 고통이 점점 커질 것이므로 그러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고용과 임금 정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고용문제가 교육정책, 주택정책, 복지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정책들의 동시적인 개편을 통해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노후비용 등 생계비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 주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정책방향이 조직노동이나 다른 고임금 직종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불어넣어 주어야 불필요한 반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새로운 고용·임금정책이 빠른 시일 내에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

+ <16> 일자리와 임금, 나눌 것인가? 독식할 것인가?(1)

시론과 기고 | 2011-12-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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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16> 일자리와 임금, 나눌 것인가? 독식할 것인가?(1)

 

현재 한국사회의 고용과 임금 상황은 매우 나쁜 상태에 있다. 2000년대 들어 어느 나라나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유별나다. 우선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많은 실업자와 반실업자,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자영업 종사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점은 우선 고용률에서 볼 수 있다. 만 15살 이상 생산가능 인구 가운데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률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에 59.5%였으나 2009년 58.6%, 2010년에는 58.7%이다. 유럽이나 일본 같은 나라보다 7-9% 낮다. 가장 높은 스웨덴과 비교하면 약 10% 정도 낮다. 비경제활동 인구가 그만큼 많다.

2010년 실업률을 통계청에서는 3.8%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OECD 34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숫자이다. 미국이 9.1%이고 유로존이 10.3%이니 거기에 비하면 한국의 고용사정에는 아무 문제도 없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 육아, 가사, 취업준비 등으로 쉬고 있는 사람을 포함하면 약 12% 정도이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이 높다. 2010년 3분기의 15-29세 사이의 실업률은 정부발표로는 7.6%이나 구직포기자나 취업준비자를 포함시키면 16.7%에 달한다.

자영업 종사자는 2011년에 적정 수치를 훨씬 초과한 568만 명에 달한다. 전체 근로자 1751만 명 가운데의 비중은 32.4%로 2008년 OECD국가들의 평균인 15.8%의 두 배이다. 이런 모든 수치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고용사정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취업자들의 사정은 어떨까? 전체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거의 비슷한 숫자이다. 비정규직은 정부발표로는 2011년 8월 현재 599만5천명이나 노동계는 고용기간 1년 미만의 임시, 일용직을 합해 862만 명으로 잡고 있다.

이 숫자가 더 타당성이 있다. 이는 근로자의 49.2%에 달한다. 서유럽국가들의 그 비율은 20-30% 수준이고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아도 33% 정도이다. 그러니 서유럽국가들의 거의 두 배이고 일본의 1.66배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사정이 나빠지고 노동유연성이 커지며 급속히 증가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처우나 고용안정성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정규직 임금은 2011년 8월 현재 평균 월 238만원8천원, 비정규직은 월 134만원8천원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56.4%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 비율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취업자들의 근속기간도 매우 짧다. 정규직이 2011년에 평균 77.3개월인 반면 비정규직은 23.6개월에 불과하다. 정규직이 고용 안정성 면에서 좀 낫기는 하나 크게 나은 것도 없다. 대기업의 경우도 2010년에 11년 7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사오정이라는 시쳇말이 별로 틀린 것도 아닌 것이 많은 회사원들이 40세 이전에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비정규직은 그야말로 하루살이 인생이다. 2년이 되기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고 끊임없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다녀야 한다.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한다.

이렇게 고용현실이 어렵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처우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현재 한국인들은 모든 에너지를 어떻게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쏟아 붓고 있다. 정규직이 되느냐 못되느냐가 그 사람의 일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진학까지, 그 후의 취업과정까지 살벌한 경쟁에 내 몰리고 있다. 올해 공무원 공채 비율이 10년 사이 최고인 93:1에 달했다. 2001년에는 40:1이었다. 젊은이들이 중간에 떨려날 위험 없이 정년 때까지 근무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이러한 고용구조 기형화는 1997년 외환위기와 그에 따른 IMF체제로 가속화 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며 실직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또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으로 정리해고가 합법화되었기 때문이다.

국제경제적인 경쟁격화도 한몫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특히 중국의 저임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기업가들은 최대한 임금비용을 낮추려고 시도했다. 물론 90년대 이후 컴퓨터, 로봇 같은 정밀전자기계산업의 급격한 발전도 노동력 수요를 감소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렇게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각 경제주체들의 잘못된 판단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고용정책을 지나치게 기업의 단기적 이익에 종속시켰다. 그래서 걸핏하면 사람을 자르고 필요하면 비정규직으로 메우려 한다. 당장 임금으로 나가는 돈만 줄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기업들의 이기적인 태도가 문제이다. 대기업 종사자는 10년 사이에 49만 명이 감소했다. 1999년의 214만 명에서 2010년에 165만 명으로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 종사자는 828만 명에서 1,175만 명으로 347만 명이 증가했다.

그래서 대기업의 고용인원은 고작 전체의 12.3%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은 87.7%로 고용의 거의 전체를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은 일본이나 대만의 70% 대, 미국이나 영국의 50%대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 대기업에는 정규직 가운데서도 주로 고임금 노동자들이 몰려 있고 중소기업에는 비정규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대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내는 반면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익은커녕 한계적 상황에서 생존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적정한 수준의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고용을 줄이는 것도 모자라 비정규직 외에 사내하청, 파견, 용역 같은 간접고용을 늘리고 있다. 사내하청의 경우 특히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의 경우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2010년에 현대모비스 울산공장은 전체 노동자의 70.4%가 사내하청노동자이다. 삼성중공업이 57%, 삼성전자 기흥공장이 54.7%, 현대차도 21.4%이다.

그럼에도 재계단체들은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을 이용하는 것은 정규직 고용에 대한 지나친 보호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높은 임금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대기업들이 매년 사상최대의 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계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주로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노동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자기네 이익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외환위기 이후 언제 짤릴지 모르니 가능할 때 챙기려는 이기적 태도가 확산된 탓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이 상황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을 별로 도와주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경우에도 비정규직조합원이 10% 수준에 불과하니 그 목소리가 제대로 대변될 수도 없다. 심지어 노조에 비정규직이 가입하는 것조차 꺼린다. 매우 냉담한 태도이다. 그러나 냉담함으로 끝나는 것만이 아니다.

실제로 조직노동은 기업주들과의 타협을 통해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을 용인하고 있다. 자신들이 고용안정과 고임금을 보장 받는 대신 이들을 고용의 완충지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는 이들을 먼저 희생시켜 자신들의 고용을 지키려는 것이다.

정부의 태도도 다를 것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노동현실의 악화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고 수수방관했다. 신자유주의 경제를 세계의 대세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파정부라는 비난을 받은 정부들이 오히려 우파적인 노동정책, 고용정책을 취했다.

김대중 정권이 1998년 2월에 노·사·정 합의에 의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때'를 조건으로 정리해고제를 도입한 것은 국가부도의 사태였으니 그렇다고 하자. 그래도 급한 불만 끄고 나면 다시 규제를 강화하여 대량해고를 가능한 한 막아야 했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했다. 노무현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에서만 비정규직은 193만5천명이 증가하고 정규직은 23만2천명이 감소했다. 고용문제에 대한 올바른 생각이나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시회갈등이 본격화하자 노무현 정부는 비정규직법을 제정해서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5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비정규직을 2년 고용한 다음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많은 기업들이 직접고용을 사내하청, 용역, 파견 같은 간접고용 형태로 바꿔 법망을 피했다. 비정규직법이 간접고용을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질이 나쁜 간접고용이 확산되었다.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정규직화한 기업들의 경우에도 간단치 않다.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을 동종,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과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직군분리라는 형태로 기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직무를 분리함으로써 이를 피해나가며 차별을 계속하고 있다.

또 정규직 밑에 아예 정규직의 최하위 직급보다도 낮은 하위직군을 만들어 기존 정규직과 의 차별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 경우 임금도 60%수준에 불과하다. 여러 은행들이 이런 직군분리 방식을 채용하며 마치 대단한 선행이나 하는 것처럼 홍보를 해댔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은 노무현정부의 엉터리 법 때문이다. 비정규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뿐으로 본질적으로 그것을 해결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점투성이의 법을 만든 것이다.

걸핏하면 노사분쟁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이명박 정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불법파견이 분명한, 따라서 불법적인 사내하청이 만연하는데도 그것을 제재하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다. 노동자들 편에서 노동관련법들을 지킬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고용사정이 계속 악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0월에 '국가고용전략 2020'을 내놓았다. 그리고 2020년까지 고용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는 제한되어 있는 파견 허용업종을 더 늘리고, 시간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일단 취업자 수를 늘리고 보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나쁜 일자리만 늘어날 뿐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또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지난 9월9일에 '비정규직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보호대책 강화를 위해 파견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정규직, 비정규직의 차별도 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계가 초장부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권 말에 일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는가. 답답한 노릇이다.

이렇게 보면 신자유주의 시대로 들어와 김대중 정권 이후 역대 정부는 국민의 질적 생활을 개선시켜야 하는 정부로서의 책무를 사실상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고용문제와 관련한 제대로 된 계획도 실천의지도 발견할 수 없다. 야당들도 계획만 거창하지 별로 실현성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그러면 고용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문제는 정말로 간단하지 않다. 지금까지 본 대로 현재의 고용문제는 신자유주의적 국제경제상황 속에서 자본과 노동, 역대정부, 정치권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자본가들에게 가장 책임이 있으나 다른 당사자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다 책임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풀려면 모든 당사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에 힘을 합쳐야 한다. 어느 한편이라도 이기적인 태도를 고수하면 국민들의 극심한 고통을 덜어주는 일은 불가능하다.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 

+ <15> 복지가 아니다, 사회의 전체 틀을 바꿔야 국민이 산다

시론과 기고 | 2011-11-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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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15> 복지가 아니다, 사회의 전체 틀을 바꿔야 국민이 산다

복지는 부차적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사회경제의 틀에 대해서는 별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점 살기 어렵게 되어 갔지만 수출이 잘되어 막대한 무역흑자를 냈고 2008년 국제금융위기에서도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회복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가 안 좋아지는 데도 처방전은 별것이 없었다. 그냥 성장 일변도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서민들의 불만의 커지니까 안 되겠다 해서 하나 더 붙은 것이 복지 처방이다. 복지를 늘려 가난한 사람들의 입막음을 하자는 것이다.

작년부터 모든 정당이 이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물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쓸데없는 문제를 가지고 시끄러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서울시 주민투표는 그런 무익한 논쟁의 표본일 뿐이다.

물론 복지는 좋은 일이고 그것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복지수준은 국제적 수준에서 본다면 매우 미흡하다. 2011년의 경우 GDP의 7.0% 수준으로 서유럽북유럽국가들의 20∼30%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OECD국가들 가운데서 멕시코 다음의 꼴찌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당장 서, 북유럽 복지국가 수준에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정치문화가 다르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미 19세기 말부터 사회주의가 받아들여졌고 또 사회보험제도가 18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20세기 후반에 복지국가가 완성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것은 단기간 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미국이나 일본같은 나라 수준까지는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두 나라는 선진국 중에는 복지가 가장 시원치 않은 나라이나 그래도 2007년의 경우 일본은 18.7%, 미국은 16.2%이다. 우리보다는 두 배를 훨씬 넘는다.

그렇다고 복지를 이 정도로 확대하는 문제조차 간단하지 않다. 그 재원을 만들기 위해 대폭으로 증세를 하려면 국민들의 동의가 따라야 한다. 한국같이 조세부담률이 낮고 국민들이 세금 내기를 싫어하는 나라에서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처럼 정치구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장벽을 넘어섰다고 해보자. 그래서 복지규모를 GDP 15% 정도 수준으로 올린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은 만들어지므로 생활이 아주 어려운 빈민가계, 노년층, 실업자 등 사회 취약계층은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우리 사회에 많은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은 그대로 남는다. 그것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임금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주거사정이 나아질 리도 없다. 교육문제도 개선되지 않는다.

빈부 차나 계급적인 격차는 약간 줄어들겠으나 그것도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다. 복지는 중요하나 그것은 한국인의 생활을 향상시키는데 주된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단지 부차적인 역할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뒤틀린 사회와 경제 틀을 바로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는 완전히 잘못 뒤틀려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옴짝달싹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에서 40대까지가 몽땅 반(反) 한나라당 몰표를 찍은 것은 이들이 이러한 한국사회의 구조에서 절망 밖에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와 경제의 이 잘못된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도 확실히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이것은 복지 수혜를 조금 늘리는 것 갖고는 전연 치유할 수 없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용, 임금, 주거, 교육의 네 가지이다. 일자리 문제, 일하고 받는 보수의 문제, 살 집의 문제, 아이들 가르치는 문제이다. 이 문제들만 잘 해결되면 누구나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이것들이 제대로 안 풀리니 온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고용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며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만성적인 고실업, 반(半)실업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인구의 약 55% 정도(노동계 주장, 통계청 발표는 2011년에 34.2%) 로 많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임금 사이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 비정규직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임금을 거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정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이 임금 격차를 가능한 한 줄여 사람들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 2010년 10월, 동희오토 하청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레프트21

현재 한국에서 주택보급률은 2010년의 경우 100%가 넘으나 집 있는 사람이 61.3%, 집 없는 사람이 38.7%이다. 거의 40%의 사람들이 전세나 월세 등으로 산다. 최근에 물가가 오르며 전·월세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오른 집세를 감당할 수 없으면 도시 변두리나 지방, 또 지하 월세방으로 옮겨가야 한다. 집 없는 서민들로서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교육이 너무 과열되어 있다. 그래서 입시경쟁이 치열하고 이에 따라 사교육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했다. 학생들이 있는 모든 집이 과다한 사교육비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거의 모든 고졸자가 대학진학하고 대학에서도 소위 스펙을 쌓느라고 엄청난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 가계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중등학교에서 공교육은 무너졌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잠을 자고 학원에 가서 밤늦도록 공부한다. 대학교육도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학생들이 취업준비에만 골몰하느라 학력수준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이 세계에서도 가장 악화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대로는 한국사회가 거의 유지되지 못할 수준이다. 그러니 지금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시바삐 이 문제들을 해결하여 국민들의 삶은 안정시켜야 한다.

총체적인 접근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하나하나 다 어려운 문제로 그 어느 하나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교육 같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분야조차 지지부진하다. 이 문제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별적인 접근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같이 검토하고 같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고용 문제를 보자. 고용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자리의 부족이다.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며 늘어나 봤자 나쁜 일자리들이다. 그래서 실업자, 반실업자, 비정규직, 자영업자가 과도하게 많다.

이것이 교육부문까지 왜곡시켰다. 모두가 얼마 안 되는 고소득의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교육의 본래적 기능이 사라지며 다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하거나 취업을 위한 준비 장소로만 남았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늘리면 되겠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정부에서 대기업들을 보고 계속 고용을 늘리라고 닦달해도 별 효과가 없다. 대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내면서도 고용을 계속 130만 명 정도로 고정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고용을 늘리려 해도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다.

이 문제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균형을 바꿔주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대기업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는 힘의 균형을 중소기업 쪽으로 옮겨 주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이익을 내서 덩치를 키우고 고용을 늘릴 수 있다. 결국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산업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임금문제는 어떨까? 현재 한국사회에서 고임금과 저임금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너무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균 월급 차이도 100만 원정도 난다. 다른 OECD 국가들에서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이나 저임금자의 삶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임금을 낮추고 저임금을 올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 평준화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고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임금을 낮추는데 동의하라고 하면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비, 주거비가 비싸므로 임금을 낮추면 안 된다고 버틴다.

어떤 의미에서는 타당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교육비, 주거비가 너무 높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교육비와 주거비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교육비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우에 따라 가계지출의 근 30∼40%까지도 차지하는 사교육비를 크게 낮추어야 한다. 또 고졸자가 거의 모두 대학에 가는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 그래야 특히 중산층 이하 많은 가계가 숨을 쉴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쟁사회에서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경쟁에서 바로 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기본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취직할 수 없는 사회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누구도 그렇게 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고용구조를 바꿔서 그렇게 심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고졸자들도 차별 없이 취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도 크게 줄여야 한다. 그래야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렇게 하려면 정부의 고용정책은 물론이고 기업의 인사관리정책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

주거비는 과연 내릴 수 있을까? 그래서 서민 가계의 주름을 펼 수 있을까? 지금의 높은 주거비는 높은 부동산가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GDP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편으로 우리 국민에게 매우 큰 부담을 준다.

부동산 값은 왜 이렇게 급등했을까?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계속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악용해 왔고,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투기 붐이 일었으며 한국의 중산층이 그것을 재산증식의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다.

결국 주거비를 낮추는 문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있어 중산층의 이익, 정부의 정책, 국제경제의 흐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서울시 서초구 우면지구의 비닐하우스 집들. 이 지역에는 전체 가구의 39%가 비닐하우스와 지하방에서 살고 있다. 이들에게 안정된 주거는 바로 생존권의 문제이다. ⓒ인권운동사랑방

이렇게 여러 문제들이 서로 물리고 물려 무엇이 원인인지 무엇이 결과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결국 고용, 임금, 주거, 교육의 네 문제를 해결하려면 네 가지 정책을 한데 묶어 총체적으로 정밀하게 계획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정부가 강력한 지도력을 가지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가야 한다.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서 사회와 경제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나 그것이 그것이다.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총체적인 해결책은 신자유주의의 타파에서만 가능하다

이 문제들이 크게 악화된 것은 한국사회에서의 신자유주의적 전환과정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지나친 구조조정과 대기업의 독식을 통해 고용과 임금사정이 전반적으로 나빠졌고 이것이 다시 교육부문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사정도 금융개방으로 인해 과다하게 유입된 외국자본이 만들어낸 거품 때문에 더 악화되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이 문제들이 더 악성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신자유주의에 의해 더 많이 휘둘렸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일본경제를 잃어버린 10년이니 20년이니 하며 비웃는 사람도 많으나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이다.

일본인들은 국가부채를 크게 확대시키면서도 고용은 최대한 유지하려고 애썼다. 우리처럼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직장에서 쫓아내지 않았다. 일본사회가 장기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보다 훨씬 안정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전체 틀을 바꾸는 문제는 그동안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모든 해악들을 하나하나 뿌리 뽑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어떤 개선을 바란다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국제경제가 타격을 받고 비틀거리는 것은 우리에게는 유리한 상황전개라고 하겠다. 월가 점령운동에서 보듯 미국인들조차 미국금융자본주의가 가져온 신자유주의의 패악에 분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지금 상태로 가면 한국사회의 파국은 멀지 않았다. 빨리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좋은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낡아빠진 정당체제가 무너질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이 흐름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 뿐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국제경제위기와 맞물려 잘못되면 장기적인 정치적 혼란과 경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시급히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여 안정된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사회·경제적 틀로는 안 된다는 사실에 우리 국민들이 공감을 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 그 해결책이 임시방편으로는 안 되고 사회와 경제를 총체적으로 손보는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사실에도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런 인식 위에서만 지금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여러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고용, 임금, 주거, 교육, 복지 같은 현안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자.


                                                                                 /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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