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년에서 8년 주기로,거의 어김없이 내 삶을 튜닝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이상한 일이지만 언제나 그렇다.나는 올해 1월이 그 튜닝의 시간이라고 느꼈고 - 그런데 그런 시간 감각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일정 부분 내 삶의 겉모습과 내 육체의 문제들에 대해 튜닝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았다.예를 들어 내가 기타(guitar)라면,튜닝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튜닝기계를 가져다 놓고 나 자신을 맞출 수 있었을 것이고,또 내가 피아노라면 메트로놈 하나만 가지고서도 내 삶의 박자를 재조절할 수 있었을 텐데,나는 하필 사람인 것이다.생각보다 어려웠다.가치관이라는 형태로 내게 주어지는 기준점 역시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혼란스러운 무늬들을 발견하게 되고,이젠 어느 정도 나이까지 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이어왔던 관계들과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거의 무한정이다 싶을 정도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생각 보다 힘들고 어려웠다.
그러나 결국 가닥을 잡긴 했다.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란 것은 항상 있기 마련이고,그걸 포기하면 삶은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다.순식간?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어떤 궤멸은 마치 지성이라도 드리듯 넉넉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기도 한다.시간이 좀 흐른 탓인지,나는 이 두 가지 자멸의 양식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그리고 천천히 혹은 재빨리 발을 뺄 줄 알게 됐다.(이런 테크닉을 조금이라도 양식화시킬 수 있다면 은별이에게 그 내용을 전수해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예전보다 좀 현명해진 것일까,아니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일까.몇 개월 후면 그 결과가 여실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삶의 평범한 모습으로 복귀했다.마음 속 비밀 하나를 품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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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보이는 건물들엔 4월 총선거의 예비후보란 분들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고,어떤 성질 급한 후보 한 사람은 상습 정체 구간이 시작되는 교차로에서 얼굴이 바알갛게 상기된 채 정신없이 인사를 건네고 있다.그 후보의 들뜬 얼굴은 내게 다시 일상을 기억하게 했고,올해가 선거의 해라는 사실 역시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렇다. 올해는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을 뽑는다.내가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심리다.물론 이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반드시 선인 것도 아니다.선거 한 번 이겼다고 우리 사회가 인간다운 사회로 변하는 것도 아니고,배신의 가능성 역시 언제나 상존하므로,내가 투표한 후보가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거두면 안된다.
그래도 선거는 승부의 세계라는 영역 안에 들어 있고,내가 응원하는 후보가 이기면 우선 기분부터 좋다.그것은 축구 시합이나 야구 시합하고도 비슷한데 물론 선거와 스포츠는 많이 다르다.특히 선거는 all or nothing 게임이라는 점에서,한 번의 승부가 시합에 나선 선수의 몇 년 간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점에서,뭔가 운명적인 냄새까지 풍기게 된다.그래서 선거에서 우리는 약간의 장렬함 마저 느끼게 된다.물론 우리네 정치판은 패배했던 사람이 또 나오고 또 나와서 성공을 거두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장렬함의 레벨이 좀 떨어지기도 하고,지역색이라는 말도 안되는 상수 때문에,선거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역시 우리는 선거에 참여하고,응원하는 후보들의 면면과 꼭 패배했으면 좋을 사람의 얼굴들을 가슴속에 그려놓는다.게다가 선거에 부수적으로 등장하는 익숙한 화면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예를 들어 공천,예선이라 불리는 공천부터 선거의 재미는 북돋아진다.장엄한 표정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 역시 하나의 흥미인 것이다.(물론 박근혜씨의 불출마 같은 경우는 예외다.그녀의 불출마는 너무나 당연해서 감동을 주지 못한다.단,그녀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나 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들은 전부 다 공천 안 줘! 라고 공주들 특유의 서릿발을 내보인다면 또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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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이 한없이 밀려 있는 교차로에서,열심히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예비 후보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정치인들 말고,화제의 인물들이 서로 맞붙는 선거 매치 업은 어떨까,하는 상상이었다.사실 최근의 선거는 좀 흥미가 떨어진다.거물들의 결전은 거의 없고 이변도 잘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사실 그러면 좀 재미없지 않나 말이다.
그러나 가령 이런 매치 업.
서태지 VS 이지아.재밌지 않겠나? 선동렬 VS 차범근.축구팬과 야구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대성황을 이룰 것이다.
꼭 현실의 인물들만을 매치시킬 필요는 없다.그런 법칙은 그 어디에도 없다.
가령,린제이 와그너 VS 린다 카터.즉 소머즈와 원더 우먼을 어떤 지역구- 예를 들어 초능력자들만 모여사는 어떤 마을-에 공천시켜 놓고 한바탕 맞붙게 하는 건 어떨까.레이디 가가와 마돈나를 매치 업 시켜서 세대간의 대결을 보는 것은 또 어떤가.차승원을 현빈하고 대결시켜서 팬심을 자극하게 하면 또 어떨까?
또 오래된 음악 팬들의 특별 지역구를 만들어 놓고 폴 사이먼과 밥 딜런을 맞대결시킨다면 재밌지 않을까? 역사적 인물들의 대결을 가상해서 세종대왕과 광개토대왕을 공천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본적인 역사관을 탐색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어이없는 아침의 백일몽이 이 글을 쓰게 했다.2012 총선 매치 업!이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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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총선 매치 업.
1.불난 집 선거구.- 현직 경기도 지사 김문수 vs 2011년 프로야구 구원왕 오승환.


호시탐탐 대권을 노리고 있는 경기도 지사 김문수의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입이다.입만 열었다 하면 실언이 쏟아진다.춘향이 발언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119발언에 이르기까지 그의 입은 종횡무진 쉴 틈이 없다.물론 이번 구급대 발언은 이해할 만한 구석도 있다.그는 심각하게 투병하고 있는 과거의 노동운동 동료를 찾아갔었고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이다.그리고 거기서 하필이면 자신의 도지사적 힘을 과시하고야 말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품은 것이다.그러나 그의 진짜 문제는 그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119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는 것에 있다.말하자면 아주 가벼운 입과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의 대항마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강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오승환이 적격이다.별명은 돌부처,그 어떤 위기에도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는 최고의 포커 페이스.바로 오승환이다.더구나 그의 야구 보직이 바로 '소방수'다.'소방'하면 또 김문수 아니겠나.어찌 보면 김 지사는 소방 관련 공무원들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만 셈인 것이다.그렇다면 오승환이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오승환 역시 소방수가 아닌가.둘은 불난집 선거구의 승패를 두고 꼭 대결해야만 한다.
오승환을 이긴다면 김문수의 앞길은 매우 창창해질 것이다.단 포커 페이스가 필요하고 손가락의 방정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이것은 김문수를 위한 팁이다.
2.더티 마우스 선거구 - 강병규 vs 강용석= 허공을 향한 필리버스터.


이 두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은 순전히 기자들의 눈과 손 때문이다.게으른 기자들이 이 사람들의 트위터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다가,이들의 노이즈 마케팅에 철저히 놀아나기 때문이다.이들의 가학적인 트위터 멘션이 언제나 기삿거리가 되고,사람들의 입살에 오르내리는 것은 오로지 기자들의 나태한 성향 때문이다.조금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냥 무시해도 될 일들을 언론이 재생산함으로써,당연히 생명력이 끝났어야 할 이들의 입이 자꾸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특징은 매우 가학적이라는 것이다.간단하게 말해서 이들은 결코 착한 소리를 내뱉지 않는다.과거사를 들추어내든 현재의 문제를 얘기하든 이들은 언제나 특정인물들을 겨냥해서 회초리를 내리치는 척 한다.물론 이들도 알고 있다.자신들의 채찍이 스스로를 향하고 말 거라는 사실을.(아니,혹시 모르는 지도 모른다.그렇다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심한 상담사의 카운셀링이다)
그러나 더티 마우스 세계에도 챔피언은 한 사람뿐이어야 한다.이 둘을 맞붙여놓고 처절한 결투를 진행해야 한다.심판은 코미디 빅 리그의 유상무다.링도 필요할 수 있다.그러나 이 둘의 승부는 의외로 재미없을 수도 있다.왜냐하면 이들은 서로를 향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이 선거구의 연설회는 일종의 모노 드라마가 되고 말 것이다.마이크를 잡은 이들은 그야말로 흥분하고 신이 나서 평소의 행태를 반복하게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강병규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얘기를 끝없이 떠들 것이고 강용석은 안철수부터 박근혜까지 그의 레이다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을 언급할 것이다.아마 약 30분이 지나게 되면 청중들은 모두 다 집으로 가게 될 것이다.음,,의외로 흥행이 걱정되는 선거구다.
3.팜므 파탈 선거구.- 신정아 VS 에리카 김=소원 들어주기.


과연 이들을 팜므 파탈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모르겠다.진짜 팜므 파탈들이 들으면 이런 가당챦은 매치 업이 어딨냐고 하실 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너무나 착한 내 머릿 속에 우선 떠오른 팜므 파탈은 이들 밖에 없다.물론 이들의 성향과 이력과 상황은 매우 다르다.한 사람은 이미 거의 덕석말이 수준의 학대를 당한 끝에 재기와 복수를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사람이고,또 한 사람은 깊게 몸을 웅크리고 이마에 레이더를 장착한 채 예민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그녀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자의에 의해' 휘둘러서 일부 엘리트 남자들의 콧대를 주저앉게 만든 사람이다.자신의 입장에서 서술한 책을 가지고 몇 명의 남자들의 자존심과 체면에 골절상을 안겨주었다.그리고 또 한 사람의 그녀는 친동생이 인질로 갇혀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무기를 완전히 버리지 않고 마치 무림의 자객처럼 머나먼 미국 땅에 은둔해 있다.그녀의 무기는 오직 한 사람을 향해서만 작동될 수 있는데,경우에 따라서 매우 심각한 코미디 한 편을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선 이 두 사람을 같은 선거구에서 대결시켜 보자.그리고 승자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자.이긴 사람에게 복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도록 하자.관객의 입장에서 그야말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4.여의도 방송국 선거구- 정연주 & 최문순 VS 김재철 & 김인규- 레슬링의 태그 매치 방식으로.




이 네 사람의 면면을 한꺼번에 올려놓았을 때,즉각 신체적인 반응을 보이실 분도 많이 있을 것이다.구토 반응이랄지 어지럼증이랄지 귀울림이랄지..이런 종류의 반응들 말이다.그러나 선거란 원래 그런 것이다.정말 혐오스런 인간들이 금뱃지를 달기 위해서 뻔뻔스런 얼굴들을 들이미는 것이 바로 선거다.
이 네 사람은 여의도 방송국의 경영을 놓고 맞붙어야 한다.원래 선거의 승자는 한 사람인 법이지만,우리의 선거는 그런 천편일률적인 방식을 벗어나야만 한다.이들은 프로레슬링의 태그 매치 방식처럼 대결을 펼쳐야 한다.왜, 한 사람이 피곤하면 자신의 파트너와 손바닥을 마주치고 싸움을 교대하는 레슬링 경기 말이다.재밌지 않을까? 그러나 방송은 그토록이나 중요한 것이다.다만 언론의 형태가 점점 바뀌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개인적으로는 공중파 방송 역시 그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대결은 프로 레슬링의 태그 매치처럼 변칙과 반칙이 난무할 가능성이 많다.한 쪽 팀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백업 세력들이 워낙 비겁하기 때문에,그리고 심판 매수 가능성도 워낙 높기 때문에,승부의 향방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5.절대적인 비상식인들을 위한 특별 선거구.- 박원순 폭행녀 vs 캐릭터로서의 노홍철.


박원순과 정동영을 폭행하고 이루마의 콘서트에서 난동을 피웠던 저 아주머니의 절대적인 비상식 혹은 정신 질환을 위해서 특별한 선거구 하나를 마련한다.물론 저 분을 정신질환자라고만 폄하할 수는 없다.그건 좀 지나치다.일부 써포터들에게는 그 얼마나 담대하고 용맹하며 아무르 호랑이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겠는가.게다가 그녀의 타격 기술에는 그야말로 신묘한 데가 있다.넓적한 손바닥을 활짝 펴서 적들의 뒷통수만을 겨냥하는 저 분의 테크닉이말로 후두부 강타 기술을 연마하는 후대의 파이터들에게 귀감이 되고야 말 것이다.빨간 색에 대한 지나친 컴플렉스를 보이는 증상이 좀 유감스럽긴 하지만 - 새누리당의 새 로고 때문에 새누리당 당원들도 이 분의 후방 기습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 이 분 역시 꼭 우리의 매치업에 필요한 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이 분의 상대로 나설 사람이 전혀 없을 거라는 점에 있다.언제 어디서 날아올 지 모르는 손바닥을 생각하면 어디 무서워서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겠느냐 말이다.그래서 노홍철 본인한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 되겠지만,돌아이 캐릭터로서의 노홍철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겠다.그의 저질 댄스는 충분히 저 분의 손바닥을 혼란시킬 수 있을 것이며,그가 주장하는 그녀의 소녀떼 팬들은 그의 경호 요원들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우선 노홍철의 정신없이 주절대는 말 폭탄이야말로 저 고결한 우익 자객의 내공을 어지럽힘으로써 재미있는 승부를 연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선거구의 구민들을 모집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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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업은 더 있다.그러나 오늘은 여기서 멈추고자 한다.글들이 생각 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박카스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어쨌든 선거는 축제여야 한다.무슨 무슨 검사 출신,무슨 무슨 관료 출신들만 등장해서 선거 자체의 즐거움을 떨어뜨리는 걸 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지겹지 않은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