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를 찾아보지 않는 신분이 된지 5년이 되어가니 이제는 보기 좋은 시간에 하는 경기는 보고 아닌건 패스하는게 습관이 된지가 오래다. 오늘은 간만에 밤10시 경기라 하니 편하디 편한 자세로 느긋하게 즐기기엔 딱 좋은 경기가 아닐 수 없었다. 간만에 비교적 일찍 퇴근한 것도 있었고. 아무튼 오랜만에 참 새로운 얼굴들이 펼치는 전통적인(?)경기를 본 것 같다.
장사가 안되고 있는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옛날과 다르게 리그를 보는 팬들이 많아지다보니 리그 득점왕 정도 되면서도 대표팀에서 불러주지 않는 것 만으로도 이제는 큰 화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윤상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속에 그가 득점왕 트로피를 받는 모습은 있어도 대표팀에 뽑히는 모습을 본 것은 거의 없는것 같다. 아직도 국내용 국제용 타령하는 찌질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리그에서의 활약을 개무시하는 전통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것 같아 여전히 씁쓸하긴 하다. 물론 국내용 타령하는 찌질이들은 대표경기 아니면 축구 근처에도 안가는 FC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애국자 나으리들이시며 국내에서도 못하는 찌질한 선수가 대표팀에서는 날아다닐거라는 환상을 품고 사는 상종 못할 부류의 인간들이기도 하다.
아무튼 오늘 경기를 이렇게 지켜보고 있자니 세대교체는 되어도 저런팀에게 슈팅만 날려대는 모습은 이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이 되는듯 하고, 리그 득점왕을 개무시하고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28경기 출전 22득점(그것도 중하위권 팀 소속으로)의 눈부신 기록을 남긴 킬러가 아닌 내새끼를 투입하는 모습에서 역시나 이 전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아아 아름다운 대한민국 축구여. 이런모습 오래오래 간직하겠구나, 멋지다(?).
이런 아름다운 팀은 그냥 8강이나 4강쯤에서 조용히 사라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기까지 간 것만 해도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지. 아름다운(?)팀이 우승컵을 드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고 현실이 되어서도 안된다. 그냥 그대로 아름답게 남아서 '위아더월드'나 열심히 외치고 살기를 바란다. 덕분에 이제 갓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가 찬스를 날려먹고도 환하게 웃는 얼굴을 감상할 수 있었고, 역시나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리그 데뷔 1년차 신인이 후반들어 잠수타면서도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는 믿음 충만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모습은 이제 그만 보고 싶은 모습이다.
이래서 외국인 감독을 써야하는 것이겠지만 밥그릇 나눠먹기에 여넘이 없으신 분들은 히딩크시절 같은 시대가 오는 것을 아무래도 경계하는듯 하다. 내새끼들이 잘 되기 위해서는 객관적 실력이나 리그에서의 활약을 중시하는 그런 감독이 결코 마음에 들리가 없을테니 말이다. 오늘 경기를 보며 현재 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라 부를 수 있는 유병수는 그냥 짐싸고 들어와서 고대 대학원 입학준비를 하던가 아니면 그냥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고 해외진출을 해버리는 것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뭣하러 실력에 걸맞는 대우조차 안해주는 그런 조직에 미련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문득 박주영의 등장에 호들갑을 떨며, 대표팀에 뽑지 않는다며 외국인 감독을 씹어대던 찌라시들의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 오버랩이 된다. 그래 그냥 니들끼리 다 말아드시고 우승컵은 이란이나 호주에게 넘겨라. 그게 내가 보기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