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9일 풍경

기타 잡글 | 2008-06-3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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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촛불집회의 싹을 자르려 본격적인 작업(?)에 나섬. 우선 서울시청앞 광장을 버스로 둘러싸고 출입을 통제. 시청 앞으로 나오는 지하철 출구에서 통행을 막아 거센 항의를 받았고, 플라자호텔로 나오는 사람들은 길을 건너지 못하게 막음. 하나 둘씩 몰려온 시민들이 차도로 넘치자 우르르 전경이 뛰어와서 인도로 밀어붙임. 왜 횡단보도를 못 건너가게 하냐는 거센 항의.

* 웅성거리는 시민들, 을지로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 명동에서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는 소식 들려옴.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고 게릴라 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사방 팔방에서 전경 부대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님. 이쪽에 시위대 있다 하면 전경부대 우우 뛰어가고, 또 저쪽에 떴다 하면 우르르 뛰어가고. 서울 시내에 온통 시커먼 경찰밖에 안 보임. 경찰 무전기에선 도로에 나와 있는 사람 미란다 원칙 고지하고 전원 검거해 하는 명령 들림.

* 청계로와 삼일로의 교차점. 사람들 100명 정도가 모여있자 전경 부대가 또 길을 못 건너가게 횡단보도를 막았다. 아까와비슷한 항의가 이어지다 한 남성이 에이 씨, 난 길 건너갈 거야 하면서 횡단보도로 돌진. 순간 전경에 의해 체포되어 끌려감.

* 주변에 있던 사람들 거센 항의. 전경을 따라가며 풀어줘, 풀어줘 연호. 하지만 곧 다른 부대가 나와 사람들을 인도로 밀어붙임.

* 마침 그곳은 극장 앞. 극장에서 영화보다 나온 사람들이 눈이 발길을 멈춘 채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고, 지나가는 아줌마 아저씨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봄. 횡단보도 건너가다 연행됐다고 하자 다들 욕지거리. 옥신각신하는 와중 3명 연행. 주변에 있던 시민, 영화관에서 나온 관객들까지 합세해서 폭력경찰 물러가라를 연호. 그러자 경찰이 영화관 입구를 ㄷ자로 에워싸고 방송차를 이용 여러분은 인도에서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 구호를 중지하고 빨리 가던 길을 가지 않으면 집시법 위반으로 전원 검거하겠다라고 위협. 사람들 흩어짐.

*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 보신각 앞에 모여 집회 진행 

* 새벽 3, 집회 해산의 아쉬움을 달래며 게릴라 시위를 시작한 사람들, 인도로 걸어가던 중 경찰에 포위당하고 연행됨. 새벽 4 현재 인도 위 검거작전 한참 진행중.

* 이 때 지나가던 그랜저 승용차에서 헌법 제 1 노래가 흘러나오자 체포조가 승용차를 둘러쌈. 3명이 타고 있었다는데 체포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음.

* 어제는 경찰의 진압 후 인도에 서 있던 한 남성이 어청수 개새끼라고 소리질렀다는 이유로, 상급자의 확성기 지휘에 의해 체포조 들이닥쳐 연행됨.

* 인도에서 구호 외친다고 검거, 인도에서 떼지어 걸어간다고 검거, 자동차에서 음악 틀었다고 검거, 아마 박정희 시대 이후 처음이 아닐까?

+ 강경 진압이 없으면 강경대응도 없다

기타 잡글 | 2008-06-30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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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았다. 내리쬐는 햇볕이 강렬했다. 시청 앞 광장엔 여기저기 지친 행색의 사람들이 땡볕 아래 잠들어 있었다.

6 1일 아침이었다. 효자동에서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고 첫 피의 진압이 이루어진 몇 시간 후, 여대생이 군화발에 밟히고 도망가는 시민들이 방패에 찍혀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몇 시간 후, 분위기는 격앙되어 있었다.

자는 사람들 옆에선, 불과 삼십 미터 앞에서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작은 용량의 앰프를 놓고 백여명이 흩어져 앉아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자유발언을 하고 있었다. 경찰을 그냥 둘 수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과 끝장을 내자고 했다. 밤새 인터넷 중계를 보던 사람들 역시 끓어오르는 피를 식히며 그날 저녁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여느 일요일처럼 한적한 태평로에 무심한 차들이 지나갔지만, 전운이 감도는 아침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날 저녁의 집회는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얻어터지고 피 흘리고 고막 찢기고 끌려간 게 불과 24시간도 채 되기 전의 일이었음에도.

 

 

629일 새벽은 처참했다. 경찰의 본격 진압이 시작되기 전, 이미 피흘리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의료진! 의료진!을 외치는 다급한 목소리, 쉴새없이 드나드는 앰뷸런스, 양쪽으로 넘나드는 고압 물줄기, 버스 너머로부터 날아오는 콘크리트 덩어리, 버스 위에서 전경이 던지는 돌멩이, 그 어느 때보다 맹렬한 어조의 확성녀, 물줄기를 맞고 나가떨어지는 사람,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쓰고 실려오는 사람들, 허연 가루가 두텁게 쌓인 아스팔트 바닥, 분노한 시민들이 박살낸 전경 버스들, 전경 버스에서 옷이니 빵이니 전리품들을 꺼내오는 사람들, 시위대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날아오는 진압봉, 하나씩 주워 도로 전경을 겨누고 던지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 진압, 열을 맞춰 긴 몽둥이를 들고 뛰어오는 시커먼 옷의 전경 부대, 방패에 맞는 사람들, 몽둥이를 들고 저항하는 사람,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시민 의료진에 치료 받으러 오는 전경, 고립된 전경부대, 도와주러 갔다가 오히려 방패에 맞고 화내는 사람, 무장해제 시키자는 의견과 그냥 보내주자는 의견 사이에서 높아가는 언성들, 무기력감에 망연자실한 사람들, 끊임없이 내리는 비.

돌아온 사람들은 그 새벽에 분노로 떨리는 손을 추스리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다친 사람이 오죽 많으면 주변 응급실에 꽉 차서 치료해 줄 병원을 찾아  시민들이 거리를 전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경이 도발해 올 때를 대비해 최소한의 자위력은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았다. 전대협이 나왔으니 오월대도 나오라고도 했다. 파이꽃병 이야기가 나왔다. 전경이 아니라 전견이라고 했다. 비폭력은 이제 끝났다는 공감대가 높았다.

오후가 되었다. 격앙된 사람들이 시내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피의 복수를 할 것만 같은 날이었지만 막상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돌파 시도조차 없었다. 전경이 오면 돌아가고 전경이 막으면 막혔다. 전경이 소화기를 살포할 필요조차 없는 하루였다.

 

 

누군가는 폭력 시위라 한다. 태평로 주변 어제 시위대에게 박살난 전경 버스를 경찰은 치우지 않고 그대로 전시해 두었다. 어릴 적 반공전시관에서 본 북괴 인민군의 만행을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경찰이 도발하지 않으면 별다른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나리오처럼 매일 밤 반복되는 장면은, 시위대는 버스 벽에 가로막히고, 그러면 버스 위로 올라가거나 끌어내고, 확성녀가 나타나 여러분은 폭력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하고, 소화기와 물대포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격앙되고, 그러다 인원이 줄면 진압당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항상 버스 위에 올라가거나 버스를 흔드는 모습을 '폭력'으로 간주하고, 그게 무슨 폭력이냐고 야유하고, 그러면 양측의 감정이 고조되며 일이 커진다.
버스 벽이 없으면, 혹은 확성녀가 나타나지 않으면, 혹은 매캐한 소화기 가루를 사람들 얼굴에 뿌려대지 않으면, 집회는 비교적 평화롭게 지속되다 끝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연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 충돌이 많지는 않다. 금요일이 그랬고, 일요일이 그랬다.

(사실 버스를 끌어내거나 파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버스로 막는 한 어쩔 수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 버스로 바리케이트를 치는 순간 그것은 이동 수단인 버스가 아니라 시위 진압 용품이다. 비싼 바리케이트를 쳐 놓고 비싼 거 망가졌다고 하는 법이 어디 있는가? 굳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싶으면 콘테이너 박스 등등 안 망가지거나 덜 비싼 장비를 써야 한다.)

우리 나라가 노상 이러고 사는 게 아니다. 두 달 동안 매일 밤 시위가 일어나고 언제 끝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은 이번이 사상초유이다. 일부의 말대로 시위꾼들이 문제라면 지금까지 늘 그랬어야 한다. 하지만 안 그렇지 않은가?

강경 진압이 없으면 강경대응도 없다. 시민이 먼저 몽둥이를 들고 전경을 패는 일은 이번 촛불시위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울트라맨이야

기타 잡글 | 2007-09-1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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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맨이야>


유동인구 없고 유흥가 없는 우리 집 앞 한적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심야 마지막 회 공포영화를 혼자 보러 갔다고 하면 나오는 반응은 다양하다. “와 무서웠겠다.” “혹시 다른 손님 없이 너 혼자 봤어?” “혼자 보면 안 무서워?” “나도 좀 데려가지.” “마지막 회면 몇 시야?”

하지만 두 번 세 번 다섯 번 반복되면 그 다양한 반응은 점점 줄어들어 한 곳으로 수렴된다.

“너 요즘 가정불화 있냐?”
“그거 정신건강에 문제 있어.”
“요즘 대체 왜 그래? 뭐가 문제야?”

게다가 호러 소설을 탐독하고 DVD를 사 모은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더 이상 본인은 상대하지 않고 배우자를 위로하기 시작한다.

“쯧쯧, 힘드시겠수.”

어딘가로 빠져 들어간다는 것, 애호가를 넘어서서 매니아의 길에 접어든다는 것, 그것은 굉장한 사회적 저항을 뚫고 지나가는 험난한 과정이다. 서태지의 절묘한 표현처럼, 울트라 매니아는 <울트라맨이야>를 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각광받는, 남들의 박수 혹은 은근한 부추김을 받는 매니아들도 많다. 클래식음악 매니아는 고상하고, 파스타 매니아는 뭔가 있어 보이며,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부인 이멜다 같은 구두 매니아는 질시와 질투의 대상이 될지언정 인간적 동정을 받지는 않는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바람직한 매니아는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공부에 홀딱 빠져든 특이한 종류의 사람들로, 수학 올림피아드에 나가서 상을 받은 비정상적인 골수 매니아들은 남들의 칭송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치킨매니아라는 업체 이름도 당당히 영업중이고, 참치 애호가들의 모임인 참치매니아도 떳떳하기만 하다.

하지만 소설 매니아에게 일어나는 일은 전혀 다르다. 얼마 전 종로 영풍문고 소설 매장을 서성거리는데 젊은 여자 두 명이 주변을 지나갔다. 청바지 입은 쪽이 미스터리 류의 책들을 뒤적이자 청록색 원피스 차림의 친구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너 제발 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책을 좀 읽어. 맨날 사람 죽고 무슨 범죄 일어나고 하는 거만 보니까 네가 지금같이 된 거야. 밝고 아름답고 화사한 것들도 많잖아.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책도 얼마나 많은데.”

원피스 녀는 그다지 책을 많이 읽는 인상은 아니었다. 그 말에 청바지 녀는 힘없이 비실비실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무언가에 빠져든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듯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아는 추리소설 마니아 윤 모씨는 여자 친구 부모님에게 인사를 갔는데,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추리소설을 탐독합니다, 라고 했더니 미래의 장인이 복잡한 얼굴 표정을 애써 감추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 한때는 그런 것도 다 좋아할 수 있지.” 또다른 애호가 김 모씨는 부모에게 이런 말도 들었다고 한다. “너 이 다음에 커서 사람 죽일래?”

우리나라 각종 장르문학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미스터리 분야가 이럴진대, SF나 판타지 류의 애독자들의 은근한 스트레스는 훨씬 심할 수 밖에 없다. 뭘 읽고 있나 싶어 책을 들춰본 친구들이 외계 행성 어쩌구 하는 표지 설명을 보고 “에이, 씨, 뭐야” 하면서 그냥 휙 가버린다거나, 내딴엔 뭔가 기발하고 재미있는 농담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너 SF를 너무 많이 읽어서 그렇구나, 쯧쯧.” 이라는 응답이 돌아온다. 전철 안에서 무의식중에 책 표지를 가리고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한다. 순진한 소리라도 한 마디 하면 “야, 니가 세상 물정 모르는구나”라는 통상적인 구박 대신 “그러니까 그런 이상한 소설 좀 그만 읽고 현실을 직시하란 말이야”라는 때아닌 훈시를 듣는다. 그 하나하나는 작은 것들이지만, 크기는 작아도 깊은 상처를 영혼에 남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독서했음을 아주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스티븐 킹이나 아시모프의 작품을 보고 “에이 씨 뭐야”하면서 가버릴 그 대단한 배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오히려 반대로 <닭고기 수프>를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과 같이 다니기를 쪽팔려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모르면서 말이다.

요컨대, 세상에는 당당하게 내세우고 주장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담론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은 기능주의적 사고나 발언의 양식이다. 책은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하여’ 읽는 것이고, 등산은 건강을 증진시키고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하여’ 가는 것이며, 여행도 모름지기 차분히 정리해서 더 열심히 살기 ‘위하여’ 가는 것이 옳다고 한다. 심지어는 결혼조차도 안정적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특정 장르의 책에 빠져 있는 것도, 산에 미쳐 히말라야에 원정 가는 것도, 참을 수 없는 공허함에 객지를 떠도는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을 내버리는 행위도, 전부 정신 나간 짓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말이 이것이다. “정신 좀 차려라.”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자칫하다가는 그 화자의 편협성과 오만함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언설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식에게, 동생에게, 친구에게. 심지어는 신문에 버젓이 “빨리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라고 써 놓는 저질 사설도 있다.

하지만 기능주의자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 탐닉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멋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이 “넌 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을 읽어야 해”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조용히 속으로 “너보단 내가 훨씬 삶을 어렵고 치열하게 살고 있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상대방이 이성이라면 십중팔구 “참 매력도 없다”라고 생각할 것도 뻔하다. 건전과 긍정의 선풍기 바람을 내뿜는 사람들은 그 바람으로 상대방을 멀리 밀어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영풍문고에서의 원피스 녀를 바라보며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물론 그러지는 않았다. 나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 다만 그렇게 계속 세상을 밝고 화사하게, 하지만 외롭게, 살아가라는 기원과 함께 돌아섰을 뿐이다.

/ 최내현 (월간 판타스틱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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