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안녕! 나는 여왕벌이라고 해...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난 와이번스의 클로져야... 팬들은 와이번스 벌떼마운드의 끝판대장이라고 해서 내게 여왕벌이란 별명을 지어주었지... 난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도 아니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팀의 에이스도 아니야... 그저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 등판해서 최선을 다하는 마무리 투수일뿐이지... 리드를 지켜낼때 사람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리지만... 만약 내가 승리를 날려버리면 많은 비난을 받는 그런 힘든 역할이야...
하지만 난 상관없어... 아무리 어려운 상황,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난 나의 공을 던지면 되거든... 마무리투수는 말이야... 자신을 믿어야해... 그리고 나를 믿고 공을 던질때 어느새 나를 보며 달려오는 나의 파트너인 포수의 모습을 볼 수 있지... 그리고 마운드에서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할 수 있어...
터프세이브상황??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02. 경희대학교 정대현...제가 정대현 선수를 처음본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였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마야구를 찾아보지 않는 게으른 야구팬인 저는 2000년 올림픽 명단에서 생소한 이름의 선수를 발견합니다...
경희대소속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
그리고 미국전에 선발 등판한 정대현투수의 피칭을 처음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인상적인 무브먼트의 공을 뿌리더군요...특히 바깥쪽으로 솟구치면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와 타자 앞에서 무섭게 떨어지는 싱커의 무브먼트는 거의 마구 수준이었습니다... 미국전 두경기에서 모두 효과적인 피칭을 피칭을 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정대현이란 투수가 제 머리속에 각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대현선수는 군산상고 에이스 출신입니다... 그리고 전북야구의 마지막 페이지로 기억에 남아있는 쌍방울 레이더스의 고졸 우선지명자중 한명입니다... 어려운 재정사정으로 무너져가고 있던 레이더스가 있던 전북이었지만 군산상고의 1996년 전국시즌 우승의 주역으로 그는 4년 후 고향팀에서 뛰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1997년에 경희대로 진학합니다...
그리고 시드니 올림픽의 신데렐라로 화려하게 등극하여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 되고 정대현이란 이름 석자를 야구팬에게 각인시키게 됩니다... 그 후 정대현선수는 국대의 주축선수가 되어 여러 국제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국제용투수가 됩니다...
03. 의심...
2001시즌... 그는 프로에 진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가 입단한 곳은 그를 지명했던 고향팀 쌍방울 레이더스가 아닌 신생팀 SK 와이번스였습니다... 정대현선수는 이승호, 이진영 선수등과 마찬가지로 고향팀에서 뛸 수 없는 비운을 맛보게 됩니다... 물론 야구를 하는 여건은 더욱 좋아졌지만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려한 아마경력과 네임밸류를 지니고 입단한 그였지만 의심어린 눈초리가 많았습니다...
'패스트볼이 너무 느리다...' '아마에서 통할 구위지만 프로에서는 특색이 없다...' '서브마린 유형의 투수가 생소한 국제무대에서나 통하지 서브마린이 많은 국내에서의 경쟁력은 없다...' '선발로 뛰기에는 너무 단조롭다...'
이런 의심어린 시선속에 시작한 프로생활은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입단 2년차까지는 팀의 핵심이 되는 투수가 되지 못한채 그렇게 저물어 가는 그저 그런 계약금만 많이 받은 먹튀로 인식되어 갔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시절 지바 롯데의 와타나베 슌스케처럼 땅을 거의 스치는 완전 언더핸드에서 팔을 약간 들어올리는 교정을 하는등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고 3년차 부터 점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선발이나 클로져같은 핵심보직이 아닌 중간계투요원이었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04. 너 마무리할 수 있냐??2007시즌을 앞두고 와이번스에는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바로 김성근 감독님의 부임이죠... 김성근 감독님은 바로 팀의 체질개선 및 재정비에 나섭니다... 마무리 투수를 고민하던 김성근 감독님은 정대현 선수를 불러 이렇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남자는 남자끼리 이야기해... 대현아 나 너 믿는다... 너 나 믿을 수 있어??'
'네... 믿겠습니다...'
'너 마무리 할 수 있냐??'
'네...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용병 둘은 선발 투수로 뽑는다...'
'네... 좋습니다...'그렇게 정대현선수는 와이번스의 클로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풀타임 클로져 첫해 리그 최고의 클로져로 우뚝서게 되고 78.1이닝동안 방어율 0.92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만들어내며 와이번스의 첫우승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2008시즌에도 정대현 선수는 와이번스의 여왕벌로 활약하지만 부상과 피로 그리고 밸런스의 붕괴로 2007시즌 만큼의 포스를 보이지 못합니다... 중간중간 중간계투로 나오며 구위향상을 도모하려 노력하였으나 고비고비마다 BS를 기록하며 불안함을 노촐하지만 김성근 감독님은 여전한 신뢰를 보내며 그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05. 대한민국 마무리투수...
정상이 아닌 컨디션과 몸상태지만 정대현선수는 올림픽 국가대표팀에 승선하게 됩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몸상태는 별로 였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올림픽 미국과의 예선1차전... 정대현 선수는 선발 봉중근선수에 이어 마운드에 오릅니다... 하지만 바로 동점타를 허용하고 홈런을 1개 허용하는등 조금은 부진한 모습을 보입니다... 동료들의 타선지원을 받아 승리투수조건을 채우긴 했지만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올림피에서 클로져로 뛰기에는 어려워보인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일본과의 예선전... 3점차로 앞서던 대한민국팀은 한기주선수를 클로져로 올립니다... 미국전에서 BS를 기록했지만 여유있는 리드였기에 다시한번 기회를 준 것이죠... 하지만 한기주선수는 아웃카운트를 한개도 잡지 못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마운드에서 내려옵니다...그리고 등판한 투수는 정대현선수... 정대현선수는 차분하게 일본을 대표하는 강타자 세명을 차례로 잡아내며 팀을 구해냅니다...
이후 한국 국가대표는 기적과 같은 연승행진을 달리며 결승까지 진출하지만 정대현 선수는 단 한경기도 등판하지 못합니다... 역시나 몸상태가 않좋았기 때문이었죠...
쿠바와의 결승전... 선발 류현진선수의 호투와 이승엽, 이용규 선수의 타점으로 3:2로 앞선 대한민국팀의 9회말 마지막 수비... 심판의 아리송한 판정으로 류현진선수는 볼넷을 연속허용하고 1사 만루에서 교체되고 맙니다... 그리고 포수 강민호선수도 퇴장당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정대현선수였습니다...
저는 사실 속으로 김경문 감독을 살짝 원망했습니다... 교체타이밍을 볼넷을 한개 내준 1사 1, 2루상황으로 보았는데 한타임 늦게 가져가다 만루상황에서의 교체는 류현진, 정대현 두명의 투수에게 모두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만약 동점 혹은 역전이 된다면 류현진선수에게는 심한 자책감이... 그리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새로운 투수로 기용된 정대현선수에게는 엄청난 프레셔상황이었기 때문이었죠...
너무나 침착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 선수는 두개의 공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졌습니다... 그리고 3구째...
'딱!'
정대현선수는 저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쿠바타자가 때린 공은 유격수에게 힘없이 굴러갔고 그대로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되었고 대한민국은 금메달을 차지합니다... 대한민국 클로져 정대현의 승리로 끝난것이죠...
06. 정대현이기때문에 통하는 것이다...
올림픽이 시작되기전 정대현 선수의 활용도를 두고 여러 의견이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정대현은 국제용이다...'라는 시각이었는데 여기서 기억에 남는 한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생소한 언더핸드유형이기 때문에 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이 의견에게 자신있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생소한 언더핸드유형인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정대현이기 때문에 통하는 것이다... 정대현이 던지는 공에는 다른 언더핸드유형의 투수가 던지는 공보다 특별한 무엇이 있기때문이다...'

와이번스의 클로져에서 대한민국 클로져로 우뚝선 정대현선수의 계속되는 건투를 빕니다...
그리고... 당신이 보여준 2008년 08월 23일의 피칭은 최고의 피칭이었습니다...
Go! 정대현!!!
<SK 와이번스 김건식(nas97) 회원님의 글>
출처 SK 와이번스 홈페이지 용틀임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