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강보험료 체계가 엉망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고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직장 가입자는 재산과 사업소득은 상관없이 오직 급여로만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왔다. 그리고 재산과 수입이 얼마든 상관없이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하면 따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꼼수가 있었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국무위원에 도전한 분들 가운데도 이런 꼼수를 부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국 평범한 직장가입자는 자기가 부담해야할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부담한 셈이다. 근로소득 외의 소득이 많은 분들, 소득과 재산이 많으면서도 자식에게 얹혀사신 부자들은 그만큼의 부담을 외면한 셈이다.
전기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하모(36)씨는 월급 150만원의 2.82%인 4만2000원을 매달 건강보험료로 낸다. 자기 소유 빌딩에서 월 4400만원(연간 5억28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건강보험료를 내기 때문이다. 하씨의 직장동료인 박모(28)씨도 150만원의 월급을 받는데 매달 4만2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 두 사람의 실제 소득은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똑같다. (이게 여러 언론에 소개된 아주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걸 도대체 무슨 평등이라고 표현해야 되는지 궁금하다. 소득이 30배 차이 나는데 건강보험료는 똑같이 내니 말이다.)
하모씨의 정체가 약간 의심스럽긴 하다. 매월 44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저 정도 수입이 있는 빌딩이라면 관리하는 인력이 따로 필요한데 자기 빌딩 관리하는 회사에서 사장을 하든 이사를 하면 될텐데 굳이 남의 회사에 다니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평범한 직장인들은 참 마음씨 좋은 아니면 희생정신이 강한 그것도 아니면 주인의식이 정말 투철한 사람들이다. 1년에 5억이 넘는 소득을 추가로 챙기는 사람과 비슷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왠만한 직장인이라면 월급이 150만원은 넘을테니 하모씨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여태 내온 셈이다. 물론 앞으로도 당분간은 내야하고 말이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있다. 내년 9월부터 이런 불평등이 줄어든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하씨와 같은 ‘부자 직장인’ 의 종합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매기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동안 계속해서 문제가 된 사안을 왜 이제야 개선하는지도 궁금하다. 도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느라고 이렇게 늦장을 부렸는지 말이다. 그리고 시행하려면 바로 해야지 왜 내년 9월이냐? 부자들에겐 참 유예기간도 길게 준다. 건강보험료 몇 달만 체납해도 온갖 수단을 써서 받아내는 사람들이 말이다.
근로소득 외에 임대·배당·이자·사업·연금 등 종합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153만 명 중 연간 소득이 7200만원 이상인 3만7000명이나 8800만원 이상인 3만 명이 대상이라고 한다. 빌딩·상가 소유주,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기업의 대주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월 평균 51만3600원을 더 내야 한다. 빌딩 소유자 하씨는 임대소득에 따른 건강보험료 127만 6000원을 매달 더 내야 한다.
7200만원, 8800만원이란 기준도 너무 높다. 근로소득 외 연간소득이 1000만원만 넘으면 부과하는게 형평성에 맞다. 보건복지부의 논리대로 하자면 연간근로소득 7200만원 이하인 사람은 건강보험료를 안내는게 오히려 맞다. 도대체 무슨 근거, 논리로 연간 수천만원(최대 7200만원까지)이 넘는 추가소득을 버는 사람들에게 굳이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자식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재해 건겅보험료를 내지 않는 고소득자 7600명을 가려내 월 평균 19만6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별도로 물리기로 했다고 한다. 연금·금융 소득이나 원고료 수입 등을 합해 연간 4000만원이 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는 또 왜 연간 4000만원이냐? 도대체가 전혀 알 수 없는 기준이다. 지역가입자는 재산에 대해 일일이 평가해서 건강보험료를 내는데 이분들에 대해서는 재산에 대한 평가를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3900만원까지는 소득이라고 할 수 없는 작은 금액인가? 이런 논리라면 도대체 왜 연봉 2000만원, 3000만원 직장인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연봉 400만원까지는 건강보험료를 전액 면제해주지 말이다.
복지부는 전월세 인상액의 10%만 반영하고, 대출금을 빼고 일괄적으로 300만원을 공제해 건강보험료를 물리도록 내년 상반기 중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건강보험료 부담이 더 크다. 직장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주지만 지역가입자는 전액 자기 부담이다. 게다가 재산평가를 한다면서 전세, 월세까지 추정하고 조사해서 부과당한다. 전월세 인상액의 10%만 반영하는 것이 무슨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나? 전세인상액이야 해당 임차인의 재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고 만일 대출이라도 받았다면 이것조차 재산증가라고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월세 인상분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참 철저한 행정이라고 하겠다.
월세 인상분까지 보험료에 산정하는 당국이 왜 재산이 수억이 넘는 사람, 임대소득 등이 수천만원, 수억인 사람들의 재산과 소득은 무시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거의 1년은 무시하겠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내년 9월에 정말 시행이 될지도 알 수 없다.
복지부는 1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 건강보험료를 2.8% 인상하고 75세 이상 노인 틀니시술비를 보험 적용하기로 했다. 그나마 건강보험료 형평성이 개선되어진다는 소식에 기분이 좋았는데 결국 결론은 보험료 인상한다는 것이었나? 이거 설마 건강보험료만 올리고 개선안은 유야무야되는건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