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글에 대한 답글

기본폴더 | 2006-02-28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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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 '나는 왜 저런 글을 썼을까?' 에 대한
세계정복의 답글에 대한 답글입니다.
(http://www.mediamob.co.kr/blog/frmView.aspx?list=board&id=77417&page=1)
답글의 입력자수에 제한이 있는 탓에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긴 글을 꼼꼼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특히 중국 학생을 예로 든 부분을 주의 깊게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예가 적절치 않게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보충하여 글을 써봅니다.


말씀대로 성폭행범은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을 가리키기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판단도 내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폭행범은 성폭행을 저지른 범죄자라는 말은 동어반복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성폭행범과 관련된 어떠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추상화된 개념'으로서의 '성폭행범'이라는 타자를 상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성폭행범' 에 대한 어떤 이미지, 일종의 수사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법안의 강화를 지지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언론이 이러한 지지와 관련하여 대상에 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개인과 마찬가지로 대상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그려지는 '성폭행범'이라는 타자가 괴물과도 같다는 점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괴물 혹은 괴물에 가까운 비유는 '처벌'과 관련되어 온 오래된 비유이며
현실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추상화된 개념으로서의 '타자'는
남의 수사, 미디어의 영향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미디어의 영향력의 증대와 관련하여
"우리는 현실을 '영화 같다' 고 부를만큼 실재와 이미지가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있지요.



조금 더 덧붙이겠습니다.

말씀대로 성폭행범이 성폭행을 저지른 일은 변하지 않습니다.
범죄자를 범죄자로 구분짓는 것은 처벌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범죄자를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믿거나 혹은 이에 대해 동조한다면
누군가 범죄자를 괴물과 같이 추상화하고 있다한들,
거부감이 들거나 의심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법은 국가에 의한 강력한 규범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법과 처벌의 관계에 대해 여러가지 견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벌은 필요악(必要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필요악이 악(惡)을 보증하는 일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처벌의 강화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성폭행범을 옹호하고자 글을 쓰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성폭행범에 대한 지독한 처벌을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식으로 반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성폭행이야말로 상대방을 타자로써 극악무도하게 대하는 행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시 그 성폭행범에게
무자비함을 집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법이 처벌을 집행함으로써,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한 도리를 지킬 수 있다고,
도리를 지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저의 부족한 생각이고 판단입니다.
또한 아무런 현실적인 힘이 없음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저의 글을 읽고, 좋은 답글을 달아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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